책마니아와 장인, 소규모 독립 출판물 제작자까지
책을 문명 한가운데로 가져온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이 책은 책과 그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1490년대에 네덜란드 이민자 윈킨 드워드가 만든 인쇄 초창기의 책에서 시작해, 2020년대에 뉴욕의 블랙매스 출판사가 만들어낸 소규모 독립 간행물에 이르는 장구한 제책의 과정을 살펴본다. 우리는 종이 제작과 제본, 활판 인쇄와 오려 붙인 성경, 유료 대여 도서관과 소규모 독립 출판사, 거대한 책과 저렴한 낱장 시집, 열정적인 수집가와 매주 새 책을 펴내는 출판사 등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형태의 책과 인쇄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고군분투한 18인의의 생애를 실감 나게 들여다볼 것이다.
‘책과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연결 고리는 ‘책과 시간’이다. 책은 결코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더 향상되는 성격의 물건이 아니다. 책과 시간의 그 복잡다단하고 때로 회귀적인 관계는 이 책이 다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컨텐츠의 시대를 맞은 종이책이 나아갈 길까지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옥스퍼드대학 베일리얼칼리지 교수. 영문학과 책의 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다. 주로 16세기 이후 텍스트와 물성을 가진 인쇄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왔다. 옥스퍼드셔의 어느 헛간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독립 인쇄 집단인 39스텝스프레스(39 Steps Press)의 공동 창립자다. 인쇄·제책에 관한 학술지 《인스크립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편집자이고, 라우틀리지(Routledge) 출판사의 ‘근대 초기 문화 자료 읽기’ 시리즈 공동 편집자다.
지은 책으로 《근대 초기 영국의 텍스트 자료》, 《근대 초기 영국의 자서전》, 《근대 초기 영국의 책 역사》(공저), 《책의 요소들》(공저), 《이익과 즐거움: 영국의 인쇄 잡지, 1640∼1682》 등이 있다.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전업 번역가로서 30여 년 동안 20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문학을 위해 죽다》, 《번역은 글쓰기다》, 《전문번역가로 가는 길》, 《지하철 헌화가》, 《살면서 마주한 고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축약 번역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비롯해 《로마와 페르시아》, 《피렌체 사람들 이야기》, 《도미니언》,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등이 있다.